안녕하세요. KOICA 홍보대사 박정숙입니다.
먼저 질문을 하나 해볼게요. ‘우리’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.
나·내 아이·우리 가족· 우리나라·우리 민족….
21세기의 ‘우리’는 전 지구적 차원, 그리고 시공간을 초월한 미래를 통해 ‘우리’를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? 그동안 한국인이 늘 자랑하는 순수 단일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우리의 범위를 좁혀온 듯합니다. 그래서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.
가슴 벅차게 밀레니엄을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, 2010 경인년 새해를 맞았습니다.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,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격변의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. 특히 세계 경제 위기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지구촌의 재편을 더욱 재촉하고 있습니다. 더 이상 전통적 개념의 ‘우리’로 이 시대를 맞기엔,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.
지난 8월 KOICA 홍보대사로 몽골을 방문한 일이 생각납니다. 광활한 사막이 국토의 40%나 차지하는 이 나라에 KOICA의 지원으로 채소 비닐하우스가 들어서 있었습니다. 그곳에서 만난 한 소녀는 싱싱한 야채가 농가의 수입원이 되고, 육식 위주의 식습관에도 변화를 가져와 건강까지 찾았다고 제게 이야기했습니다. 싱싱한 오이를 건네는 소녀의 웃음에서 어린 시절 읽은 소설 《상록수》 속 등장인물 ‘영신’을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.
한국 사회에서는 향수가 되어버린 새마을운동이 그들에겐 신선하고 혁신적인 성공 모델임을 확인했습니다. 이처럼 원조를 받아 경제 성장을 이루고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한 우리의 스토리는 더 이상 ‘우리’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입니다. 한국을 보고 용기와 신념을 얻어 더 큰 모습을 만들어가는 지구촌 가족들의 이야기인 것입니다.
새해는 KOICA나 저에게는 바쁜 한 해가 될 듯합니다.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(DAC) 회원국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해이기도 하고, 해외봉사단 통합 브랜드인 ‘월드프렌즈코리아(World Friends Korea)’의 파견도 더욱 늘어나는 해니까요. 이젠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지구촌과 나눔으로써 더 큰 ‘우리’의 중심에 서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.
우리 함께 가슴 벅찬 푸른 소망을 안고 2010년 힘차게 뛰어봅시다